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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 도리와 법리 사이 '신앙'

다이아몬드바 지역 한인 기도원(성실 기도의 집)의 삼 남매 논란을 보도했다. <본지 5월1일자 A-1면> 종교라는 특정 영역 안에서 서로 '사실(fact)'이라는 주장과 주장이 맞섰다. 부모는 "목사 때문에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됐다"고 했고, 목사는 "문제 가정을 사역적으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는 "삼 남매가 부모에게 폭행을 당했었다"고 했고, 부모들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가슴을 쳤다. 자녀가 곧 태어날 아기를 불임인 담임 목사의 사위 부부에게 입양시킨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르게 진행되는 입양이 어디 있느냐"고 했고, 목사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도 후 편집국에는 독자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해당 기도원에 잠시 다녔다는 교인들로부터 제보는 물론이고 "인간적으로 부모들의 심정이 너무 이해된다" "이단성이 짙은 기도원 같다" "그 부모가 어떤 짓을 했기에 삼 남매 모두 집을 나가느냐" 등 같은 기사를 보고도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이번 논란은 도리와 법리 사이에서 비롯됐다. 그 가운데 종교가 놓여 있는 셈이다. 종교는 실존 너머 신념의 영역이다. 비가시적이다. 물론 이성과 상식만으로 종교를 설명한다는 건 난해한 일이다. 그렇다고 종교는 이성과 상식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이를 외면하는 게 사이비 아닌가. 양측을 취재한 기자에게 분명한 '팩트'는 도리와 법리 사이의 간극만큼 부모들과 기도원 목사 측의 갈등 또한 깊었다는 점이다. 기독교는 분명 사랑과 용서를 본질로 삼는 종교다. 인간의 죄를 비롯한 반목, 갈등, 분열까지 넘어서는 그 가치를 예수라는 인물을 통해 소유하고 믿는다. 그러한 신앙이 도리와 법리 사이에 놓여있음에도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게 참 안타깝다. 장열/사회부 기자ㆍ종교 담당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8-05-01

"주의 길 가는 목사님 따라가겠다"

한 부부가 LA인근의 한 기도원과 목사 때문에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단절됐다"며 목회 방식을 검증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해 논란이다. 반면 기도원 측은 "사역적으로 도와준 것뿐"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양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난달 24일 LA지역 유명 교단인 합동(대한예수교장로회) 산하 미주서부노회에는 박천승씨 부부와 이들의 사돈 부부가 함께 작성한 청원서가 접수됐다. 청원서에는 "귀노회에 소속된 '성실 기도의 집'과 그곳 나정기 담임 목사의 신학관이 성경적인지 검증해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성실 기도의 집은 LA서 동쪽으로 30마일쯤 떨어진 다이아몬드바 지역에 있는 기도원 교회다. 노회 모임에 직접 참석한 박천승씨는 "현재 아들, 두 딸과 두 사위 모두 부모들과 연락을 일체 단절한 상태로 3년째 기도원 근처에서 살고 있다"며 "그곳 목사가 우리를 영적으로 문제 있는 부모로 규정짓고,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끊기도록 조장하는데 이것이 과연 성경적 목회 방식이냐"며 울먹였다. 박씨 부부는 지난 2015년까지 3년간 가족(3남매와 두 사위)과 함께 이 교회에 출석했었다. 이후 교리와 가르침이 본인의 신앙관과 다른 것이 많아 교회를 나오게 됐다. 하지만, 자녀와 두 사위는 교회에 그대로 남았고 급기야 짐을 싸들고 갑자기 집을 나가버렸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는 "아이들이 '주의 길'을 가는데 우리가 방해가 되기 때문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옳은 길을 가는 나 목사를 따라가겠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었다"며 "당시 큰딸네 부부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둘째네 부부와 막내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둘째 사위는 성실 기도의 집에서 목사가 됐고, 막내 아들은 이름까지 개명하고 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박씨는 "아이들이 모두 교회 근처 큰딸 부부네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기도원 담임인 나정기 목사는 "예전에 아들이 죽은 후 '신유'와 '축사'의 은사를 받았다"며 "그때부터 질병이나 마음의 병이 있는 이들을 위해 사역하고 있다"며 자신의 목회를 소개했다. 신유와 축사는 신(神)의 힘을 통해 병을 고치고 악령을 쫓는다는 종교 용어다. 나 목사는 "삼남매가 이곳에 왔을 때 가정에서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이곳에서 목사가 된 둘째 딸의 남편은 당시 동성애 기질을 가진데다 음란 사이트 중독 문제가 있었다"며 "나는 도와준 것일 뿐 아이들이 부모에게 돌아가고 안 돌아가는 것은 그들의 자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씨 부부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맹세코 학대 같은 건 없었고 우리는 평범하게 살던 행복한 가족이었다"며 "가정을 회복시키고 살리는 게 목회이며 교회의 역할이지 가정이 깨지는 걸 지켜보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가슴을 쳤다. 논란은 또 있다. 양가 부모는 손자의 입양 문제를 토로했다. 박씨는 "우연히 둘째 사위와 딸이 출산을 앞뒀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태어날 아기를 담임 목사가 불임인 자신의 딸과 사위(현재 부목사) 부부에게 입양시키는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사돈인 김종현(필리핀 선교사)씨는 곧 태어날 손자가 자신도 모르게 입양될 거라는 소식에 가슴을 쳤다. 김씨는 "3년 전 아들을 만나려고 집으로 찾아갔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찰을 불러 우리를 쫓아내더라"며 "아들이 그 교회에 다닌 뒤로 변해버려서 돌아오기만을 기도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입양 소식에 도저히 상식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이해가 안 돼 필리핀에서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어느 목사가 '너희 부모에게 최소한 말씀이라도 드려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권유도 안 하면서 덥석 아기를 받느냐"고 하소연했다. 상식과 도의에 어긋난다는 양가 부모의 주장에 해당 교회 목사들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맞섰다. 나 목사는 "(입양에 대해) 나는 전혀 모르며 아이들끼리 결정했다. 본인들의 결정을 존중해줄 뿐"이라고 말했다. 나 목사의 사위 김우현 목사는 "아내가 수술만 20차례 이상을 해서 아이를 가질 상황이 아닌데 자기들이 먼저 아기를 낳으면 우리에게 입양을 시키겠다고 했다"며 "여러 번 거절했지만 계속 아기를 주고 싶다기에 기도하면서 결정했고 강제적인 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상대 부모들이) 마치 우리가 아기를 뺏는 듯한 상황을 만드는데 그것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고 이런 공격을 예상했기 때문에 법적인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지는 박씨의 큰딸 지영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지영씨는 "부모님이 당시 불법적인 일을 많이 해서 집을 나왔을 뿐이다. 그때 나 목사님은 우리를 순수하게 사랑으로 돌봐주셨다"며 "동생네가 아기를 입양시키기로 한 결정에 대해선 내가 대신 말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 부부와 사돈 부부는 지영씨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자 "맑은 아이들이었는데 그 교회에 다니면서 완전히 변해버렸다"며 눈물을 흘렸다. 일단 교단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나정기 목사, 김우현 목사를 비롯한 성실 기도의 집 소속 목사들(6명)의 이름을 노회 명부에서 삭제했다. 교단 관계자는 "지난해 노회 가입 신청서를 받았는데 조건부 상태였으므로 신청서를 아예 반려시켰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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